[우먼카인드]memorial 큰 발자취를 남기고 떠난 두 여성





이이효재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씨앗을 뿌리고 다시 씨앗이 되다

우먼카인드 13호 ‘일의 가치를 알게 될 때’



《이상한 정상 가족》을 쓴 김희경 작가가 이이효재와 긴즈버그의 삶과 역사를 되짚어줍니다. 96세와 87세. 거의 한 세기를 살면서 큰 발자취를 남기고 떠난 두 여성. 각자의 환경에서 없는 길을 만들며 나아갔던  두 선구자의 삶은 여성의 인권이 향상되어온 역사적 과정을 반영하고 있고 그런 만큼 많은 공통점을함께 읽어볼까요? 



두 여성이 남긴 씨앗을 틔워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다음 세대의 몫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2020년 초가을은 우리가 서 있는 오늘을 만들고, 그의 뒤를 따라간 사람들을 위해 길을 닦은 두 여성으로 기억될는지도 모른다. 1세대 여성학자, 여성운동의 대모, 원조 페미니스트, 분단사회학의 개척자, 민주화의 원로……. 이 모든 수식어가 가리키던 한 사람, 이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10월 4일 96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그보다 보름쯤 전인 9월 18일에는 전세계에 ‘노터리어스(악명높은) RBG’로 알려진 미국 진보의 아이콘, 연방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87세에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은 여성이 성별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사회를 바꾼 선구적 여성들이었다.


이이효재는 호주제 폐지, 동일노동 동일임금, 비례대표제 도입, 차별호봉 철폐운동,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국제적 공론화 등을 이끌며 여성운동가로 평생을 헌신했다. 그는 한국 여성운동의 역사에서 늘 ‘최초’의 여성이었다. 한국 최초로 여성학을 도입했고 여성민우회 초대회장을 맡았으며 여성계가 호주제 폐지를 위한 국민 여론 조성을 위해 1997년 부모 성 함께 쓰기 캠페인을 시작할 때도 1호 참여자였다. 1991년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만들고 공동대표를 맡아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처음으로 이슈화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이었던 긴즈버그는 남녀 임금차별 금지, 여성의 군사학교 입학 허용 등 젠더 평등, 장애인, 환경 문제 등에서 여성과 소수자 인권 신장을 위한 진보적 판결로 세상을 바꿨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연방대법원의 이념 성향이 보수 쪽으로 기운 상황에서도 그는 굴하지 않고 잇따라 소수의견을 내면서 기울어진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분투했다. 96세와 87세. 거의 한 세기를 살면서 큰 발자취를 남기고 떠난 두 여성. 태어난땅은 정반대여서 각각 일본의 식민지였던 조선, 패권 국가 미국이었지만, 각자의 환경에서 없는 길을 만들며 나아갔던 두 선구자의 삶은 여성의 인권이 향상되어 온 역사적 과정을 반영하고 있고 그런 만큼 공통점이 많다.


두 사람에게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데 큰 영향을 끼친 롤모델 여성들이 있었다.이이효재에게는 고모 이애시가 그런 사람이었다. 이이효재의 정체성 형성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준 이애시는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세브란스 간호학교를 졸업하고 보건 사업, 선교 활동을 펼친 여성이다. 3・1운동에 참여한 뒤 국경을 넘어 신흥무관학교 간호사로 일했으며 만주에서 돌아온 뒤에도 산파로 일하면서 지역에서 선교 활동에 헌신했다. 이애시는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의 표상으로 이이효재에게 깊이 각인됐다.


긴즈버그는 고교 졸업 직전에 여읜 어머니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가 코넬대에 갈 수 있었던 것도 딸의 진학을 위해 아무도 몰래 8,000달러의 학자금을 모아 둔 어머니 덕분이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 그에게 당부한 말은 ‘숙녀가 되어라’와 ‘독립적인 사람이 되어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숙녀가 되라는 말은 ‘분노처럼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감정에 굴복하지 말라’는 당부, 독립적인 사람이 되라는 것은 ‘완벽한 남자를 만나든 그렇지 않든 스스로를 부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고 긴즈버그는 이 말들을 평생 가슴에 새겼다.



두 여성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의 우리가 과거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다가올 미래와 어떻게 이어질지를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이 두 여성이 남겨준 것들을 통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를 함께 찾아가볼까요?



우먼카인드 13호 일의 가치를 알게 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