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켑틱]Focus 우리가 외계인의 자손일 수 없는 12가지 이유


Focus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 외계 생명체로

과학 잡지 스켑틱 26호 우주를 이루는 근본 힘들에 대하여 


'우리가 외계인의 자손일 수 없는 12가지 이유'

데이비드 자이글러 David Zeigler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로 무척추동물을 연구하는 동물학자다.)


 

유사과학과 미신은 자연에 제약이 없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 칼 세이건

 

만약 지적 생명체가 다른 행성에 존재한다면, 인간과 같은 형태는 아닐 것이다. 

— E. O. 윌슨

 

만약 우주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유전 암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가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우리의 암호와 같을 확률은 극히 낮다.

— 리처드 도킨스



우주가 무한히 광활하다는 점에서 지구의 생명체가 우주의 유일한 생명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다만 진화에서 우연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고려한다면, 

외계 생명체에 대해 생각할 때 지구(인간) 중심주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지난 몇 년간 히스토리 채널History Channel은 <고대의 외계인들The Ancient Aliens> 시리즈를 약 200회 방영하면서 은하계의 다른 행성 에서 온 외계인이 고대 지구에 영향을 미쳤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물리학 법칙과 우주의 광대함을 아는 사람이라면 정말 기발한 주장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인간이 만든 가장 빠른 우주선을 타고 가장 가까운 별에 가는 데만 수만 년이 걸린다. 그러니 외계인이 지구에 주기적으로 방문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이보다 가능성이 더 낮은 주장을 자주 언급한다. 바로 인간과 유사한 외형의 외계인이 오래전 인간과 짝짓기를 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현대 인간이 이 우주적 결합의 결과물이며 외계인의 유전자 없이는 인간이 지금과 같은 지성을 갖추지 못했으리라고 제안한다.

이런 추측의 증거로 괴상한 모양의 가늘고 길쭉한 인간 두개골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이 괴상한 두개골은 제의祭儀를 위해 인간이 의도적으로 변형시킨 결과물임이 밝혀졌다. 방송에서는 또한 세계 곳곳의 신화에서 발견되는 신과 인간의 결합을 그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는데, 이는 신화의 실제 기원과 의미를 설명할 수 있는 신화학자, 문학 연구가, 역사학자를 거치지 않고 신화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행동일 뿐이다.

<고대의 외계인들>의 제작자들은 생물학과 진화학의 기본적인 지식도 부족해 보인다. 다른 행성에서 진화한 유기체와 지구의 유기체의 교잡은 가능성이 가장 희박한 사건 중 하나다. 우리 인간은 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사촌인 영장류와도 번식을 할 수 없다. 오리지널 <코스모스Cosmos> 시리즈에서 칼 세이건은 인간이 외계인보다는 피튜니아•와 번식하는 쪽이 더 빠르리라고 말했다. 세이건은 그 이유로 유전학을 들었는데, 당시는 인간 유전학과 진화론의 복잡성을 지금처럼 깊이 이해하지 못했던 때였다. 생물학자인 나는 이에 더해 외계인이 성공적으로 인간과 교잡했다는 생각이 왜 터무니없는지 열두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해 보고자 한다.

 

1. 외계인과 인간의 짝짓기가 일어나려면 외계인이 인간과 상당히 비슷해서 불쾌감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짝짓기는 자발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생물학자들은 진화가 ‘고등한’ 인간을 향해 진보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모든 진화적 전환기에는 우연이 작용한다. 인간이 지구에서 출현한 여러 계통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우주 어딘가에서 인간과 같은 형태의 생명체가 또 진화했으리라고 기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2. 외계인은 아마 두 개의 성을 가지고 있고, 생식기도 인간과 비슷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수백만 종의 동물 생식기가 엄청나게 다양하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나는 생물학자로서 인간의 생식기 형태가 독특하며 가장 가까운 사촌인 유인원과도 전혀 비슷하지 않음을 확언할 수 있다. 외계인이 인간과 비슷한 생식기를 가졌으리라고 기대할 근거는 전혀 없다.

 

3. 인간과 교잡을 통해 잡종을 만들려면, 외계인은 DNA로 구성된 유전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DNA가 어떻게 지구에 존재하게 됐는지 모르며 우리 지구와 다른 세계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지 못한다. 또한 ‘RNA 세계’ 모형은 RNA가 세대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최초의 유전 물질이라고 주장한다. RNA는 정보를 암호화할 수 있고, RNA를 유전 물질로 이용하는 바이러스도 존재한다. 하지만 DNA와 RNA만이 가능한 선택지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다른 세계에는 다른 형태의 유전 물질이 존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4. 두 개의 성을 가져야 하는 것 외에도 외계인은 이배체여야 한다. 즉 본질적으로 같은 유전자를 포함하는 한 쌍의 염색체들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인간은 각각의 염색체를 부모에게서 하나씩 물려받으며, 인간의 유전자는 대개 두 개의 유전자가 한 쌍으로 있을 때 적절히 기능하도록 설계되었다. 두 유전자 중 하나가 발현 결과물을 주로 통제하는 경우, 즉 우성 및 열성 형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외계인의 생식 세포가 이럴 확률은 얼마나 될까? 또한 외계인의생식 세포가 인간 생식 세포와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서로 융합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그 답은 극히 희박하다는 것이다.

 

5. 제대로 기능하는 배아가 만들어지려면 외계인 생식 세포의 염색체는 인간처럼 23개여야 하고, 각각의 염색체에는 같은 유전자가 대략 같은 위치에 있어야 한다. 이것이 각각의 유전자가 적절하게 기능하기 위해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외계인이 23개의 염색체 쌍(즉 염색체 총 46개)을 가진 이배체이고, 인간과 같은 수의 유전자가 있으며(약 2만 개), 이 모든 유전자가 23개 염색체 쌍에서 같은 위치에 있을 확률은 거의 없다. 이 모든 특징이 인간과 맞을 확률은 문자 그대로 천문학적이다. 인간 세포 속 염색체 수가 왜 46개인지(생식 세포인 난자와 정자는 제외다)에 대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검은 영양 같은 몇몇 포유류는 염색체 수가 46개지만, 호랑이는 38개이고, 코끼리는 56개이며, 산미치광이는 34개, 캥거루는 16개뿐이다. 신체의 복잡성과 염색체 수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고, 23개의 염색체 쌍이 필연의 결과라는 증거도 없다.

 

6. 인간을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는 것은 보통 X와 Y 염색체이며, 여성은 XX(각 부모에게서 X염색체를 물려받는다), 남성은 XY(아버지에게 Y염색체를 물려받는다)다. 이런 성 결정 체계가 다른 행성에서 진화한 외계인 종에서도 같을까? 만약 같다고 하더라도, 외계인의 두 성염색체가 인간과 근본적으로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까? 이 가능성 역시 매우 희박하다.

 

7. 외계인이 DNA 분자로 구성된 유전자를 갖고 있더라도, 과연 외계인이 상당 부분 인간과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을까? 인간은 적절한 신진대사와 구성 요성의 성공적 기능을 위해 액틴, 헤모글로빈, 트립신, 도파민, 인슐린과 같은 단백질과 이를 암호화하는 유전자가 필요하다. 또한 힘줄, 갑상샘, 췌장, 시상하부 등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줄 유전자도 필요하다. 왜 외계인이 갑상샘과 같은 인간의 기관이나 조직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8. 외계인이 DNA 형태의 유전 물질을 가지고 있더라도 외계인은 인간과 같은 유전 암호를 갖고 있어야 한다(인간은 이 암호를 모든 지구 생명체와 기본적으로 공유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암호이자 DNA 뉴클레오타이드 세 개의 조합인 코돈 64개가 인간과 똑같아야 한다. CGA는 아미노산 알라닌을 지정하는 코돈이어야 하고, GAT는 류신을 지정하는 코돈이어야 하는 식이다. 이런 지구식 유전 암호의 기원은 대체로 우연의 결과라고 여겨지는데, 근본적으로 동일한 유전 암호가 다른 행성, 다른 유기체에서 진화할 확률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힘들다. 나는 이런 확률을 계산하는 법을 알지 못하지만, 확실히 천문학적인 수가 나올 것이다

 

9. 64개의 코돈 중 세 개는 아미노산을 지정하지 않고 유전자의 말미에서 단백질 전사의 ‘멈춤’을 암호화한다. 지구 생명체의 종결 코돈은 ATT, ACT, ATC다. 문장 끝에 찍는 마침표처럼, 종결 코돈은 세포에게 아미노산 사슬 합성을 언제 끝낼지 알려준다. 합성된 아미노산 사슬은 약간의 변형을 거친 뒤 단백질을 만든다. 만약 외계인 DNA에서는 CAA가 종결 코돈이라면(인간에서는 발린을 지정하는 코돈이다) 교잡된 이종 배아는 수많은 필수 단백질이 정확하게 만들어지지 않아 태어나지도 못할 것이다. 아마 아미노산 사슬이 너무 짧아서 정확한 기능을 수행하는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10. 인트론 문제가 있다. 우리는 오래전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 대부분의 염기 서열이 연속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유전자 대부분에는 아미노산이나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는 긴 염기 서열이 끼어 있다. 알맞는 단백질 암호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종 암호를 ‘읽고’ 단백질로 합성하기 전에 DNA에서 합성된 RNA 암호에서 인트론 서열이 제거돼야 한다. 외계인의 DNA도 같은 방식으로 구성되었을까? 외계인 유전자에는 인트론이 없을까? 혹여 존재한다면 인간의 유전자와 호환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11. 인간의 DNA 중 2퍼센트만이 단백질을 암호화한다. 나머지는 다양한 생화학 채널과 과정을 통해 통제되는 조절 영역으로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 최근 연구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RNA 분자가 조절 기전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모든 조절자는 단백질과 마찬가지로 DNA 정보에 따라 만들어진다. 외계인의 DNA도 이런 수많은 필수 조절자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을까?

 

12. 최근 후성유전학이라는 분야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조절 기전을 발견했다. 여기에는 유전자에는 새겨져 있지 않은 많은 조절 기전과 DNA 변형이 포함되며, 이 중에는 부모에게 물려받는 것도 있고 다세포 유기체의 발달에 꼭 필요한 것도 있다. 외계인도 이런 기전을 가지고 있고, 인간과 호환이 될까?


▲배너 클릭 시 26호 구매 페이지로 연결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