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켑틱]Cover Story 과학으로 본 인종개념의 문제들

현대 유전학 연구 결과들은 인종이라는 개념에 대응되는 자연적 경계나 인구 집단 특징이 없다는 것을 보였다. 


과학으로 본 인종 개념의 문제들

가이 P. 해리슨 Guy P. Harrison

 

스켑틱 24호 과학, 인종의 경계를 묻다

 

조지 플로이드의 잔인한 죽음이 촉발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Black Lives Matter’ 시위는 인류가 인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이 여전히 멀다는 가슴 아픈 증거다. 인종차별 문제가 지난 몇십 년간 아무리 나아졌다고 해도 인종 개념 자체에 대한 대중의 만연한 오해가 발전을 끈질기게 가로막고 있다. 사람들 대부분은 인종이라는 구분이 자연에서 비롯되었다거나 초자연적으로 창조되었다고 믿는다. 이런 잘못된 생각들은 사람 간 차이를 강조하고 충돌을 불가피하고 해결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어 인종차별을 더욱 부추긴다. 

하지만 인류학자, 유전학자, 역사학자는 사람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인종’ 개념이 만들어진 문화적 범주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물론 우리 인간의 생물학적 다양성이 실제로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런 다양성을 구분하고 기술한다고 알려진 인종은 임의적인 규칙과 상상의 경계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의 문제는 양립할 수 없는 유전체들의 피할 수 없는 충돌이 아니다. 인종차별을 일으키고 악화시키는 잘못된 세계관은 과학적·역사적 지식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과학의 관점에서 인종 문제에 관한 생각을 명료하고 날카롭게 할 수 있는 몇 가지 핵심 주제를 논의해보고자 한다.

 

인종에 관한 오해와 진실


인종차별은 인간 종의 역사와 생물학에 관한 오해에서 자양분을 얻는다. 인간은 생물학적 협곡들로 분리된 아종subspecie, 亞種의 집합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여러 인종 분류 체계는 자연이 만든 것도 초자연적 존재가 설계한 것도 아니다. 그 분류 체계들은 서로 다르고 종종 모순되기도 한다. 즉 인종이란 인간 문화의 산물이다. 생물학적 다양성은 실제로 존재하고 특정 인구 집단 사이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기도 하지만, 이런 차이가 대중 사이에서 일반적 의미로 통용되는 전통적인 ‘인종’ 집단에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부합하는 건 아니다.

자연이 인류를 피부색에 따라 구분했다는 믿음은 종교적 믿음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어린 시절에 주입되어 강화된다. 신을 믿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인종을 믿는 사람은 자신이 속한 사회의 인종 분류 체계가 당연하고 부정할 수 없는 거라고 주장한다. 이로 인한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특정 국가나 종교에 속한 사람 대부분이 개인적 경험에 기반한 협소하고 불완전한 시각으로 인간 종을 바라본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적 관점에서 전 인류를 관찰하면 생물학적 인종 개념이 불합리하다는 사실은 분명해진다. 필자는 2010년에 출간한 《인종과 실재Race and Reality》를 집필하면서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동안 인종 개념의 진실을 이해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았다. 아래의 사실들은 우리가 진실에 다가가 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살아 있는 모든 인간은 유전자가 99.9퍼센트 동일하다.

• “유전학에 따르면 인간은 뚜렷한 생물학적 하위 범주로 나눌수 없다.” (미국인간유전학회American Society of Human Genetics 성명)

• “인류를 생물학적으로 뚜렷하게 대륙적 구분이나 인종에 대응되는 일군의 유전적 무리로 나눌 수 없다.”(미국형질인류학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Physical Anthropologists 성명)

• “‘인종적 세계관’은 일부 집단을 영구적인 하층 계급으로 만들고, 또 다른 일부 집단의 특권, 권력, 부를 영속하기 위해 발명된 것이다.”(미국인류학협회American Anthropological Association)

• 피부색, 코 형태, 모발 형태 같은 외형적 특징은 분포가 일정하지 않아 전 세계 인구를 생물학적 인종으로 구분할 지표로 삼기 어렵다.

• 생물학적 인종 범주는 문화에 따라 다르게 정의된다. 어떤 사람을 포함하고 배제할 것인지에 관한 규칙은 문화마다 크게 다르고 종종 모순된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국가에 따라 다른 인종으로 분류된다.

• 생물학적 인종은 역사적으로 일관적이지 않았다. 인종 경계와 인종 규칙은 계속해서 변해왔다. 다시 말해 현재 많은 사람이 과거와는 다른 인종으로 구분된다. 인간을 연구하는 인류학자 중에는 인류학의 모든 하위 분야에 서 인종 개념을 ‘완전히’ 거부하는 학자들이 있다. 2017년 한 연구의 저자들은 “생물학적으로 인종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목도했다”라고 밝혔다.

• 인종에 따른 평균 IQ 점수 차이는 생물학적 인종이 존재한다거나 인종마다 다른 지적 능력과 잠재력이 유전된다는 증거가 아니다. 인종은 신뢰할 수 있는 유전적 범주가 아니다.10 그러므로 인종이라는 개념으로 수십억 사람의 유전적 인지 능력을 단정하는 건 불합리하다.

• ‘인종 질병’과 인종을 기반으로 한 의학은 생물학적 인종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문화에서 비롯된 인종이라는 딱지는 환자의 실제 혈통과 유전체에 대한 아주 빈약한대체물로 여러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 현재 스포츠계의 광경은 생물학적 인종에 관한 믿음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규모의 인구 집단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어떤 유전적 이점 때문에 특정 종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둘 수 있지만, 이 인구 집단들은 그보다 더 큰 인종 집단을 대표하지 못한다.

 

이제 인종에 대해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키는 몇 가지 문제를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자.

 


인종과 IQ


강경한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인종 집단에 따른 평균 IQ 점수 차이를 자신들의 성배로 여기며 지능의 차이가 생물학적 인종의 위계를 입증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문제에 관해 진정 우리가 알고 과학으로 본 인종 개념의 문제들 있는 건 무엇일까?

 


인종과 의학


인종 특이적인 질병과 인종 기반의 치료는 생물학적 인종이 실재 한다는 구체적인 증거로 종종 인용된다. 하지만 이는 옳지 않으며 건강 관리에 생물학적 인종을 적용하는 건 환자에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인종은 과학적으로 체계화된 개념이 아니며, 피부색, 모발, 얼굴 특징 같은 외모적 요소는 실제 유전 혈통의 지 표가 되기에는 신뢰성이 지나치게 낮다. 환자의 인종을 추정해 진단을 내리거나 치료하다가 문제가 발생한 예는 적지 않다.

 


인종과 스포츠


스포츠 경기와 인종 개념이 교차하는 지점에는 잘못된 해석, 확증편향, 비이성적 믿음이라는 잔해가 남는다. 많은 사람이 스포츠야말로 인종적 차이를 뚜렷하게 드러낸다고 주장하며 선천적으로 두뇌가 뛰어난 사람처럼 원시적인 힘과 스피드, 공격성이 뛰어난 사람이 있기 마련이라고 말한다.36 하지만 스포츠의 어떤 면도 인류를 전통적인 인종 체계로 구분할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인기 있는 스포츠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고 매우 위험한 인종차별주의적 생각을 지지하는 데 이용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 문제를 가벼이 여길 수 없다.

 

 

인종 개념이 비논리적이고 모순되며 계속 변화 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인종주의 문제에 갇혀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스켑틱 24호 과학, 인종의 경계를 묻다

 

 


가이 P. 해리슨 Guy P. Harrison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학교에서 역사와 인류학을 전공하고 저널리스트의 길을 걸었다. 마이클 셔머 등과 함께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회의론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지은 책으로는 《사람들이 신을 믿는 50가지 이유(50 Popular Beliefs That People Think Are True)》 《인종과 실재(Race and Reality)》 《기독교를 믿는다는 것(Simple Questions for Every Christian)》 《생각의 주인이 되는 법(Think: Why You Should Question Everything)》 등이 있다.

 

번역 하인해

인하대학교 화학공학부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 정부 기관과 법무법인에서 통번역사로 근무했다. 《헤어》 《찻잔 속 물리학》 등을 번역했다.